배당성장주 종목 고르는 기준 — 5가지 필터와 마지막 관문

2019년 10월, AVGO 1주를 샀다.

선택 이유는 단순했다. 시가배당률이 4%를 넘었고, 배당성장률이 10%를 넘었다. 배당이 목적이었다.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는 몰랐고, 예측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약 6년. 수익률은 932%를 넘겼다. 매해 배당은 따박따박 들어왔다. 비중이 너무 커져 일부를 수익실현했는데도, 지금 내 계좌에서 여전히 TOP 10 안에 들어가 있다.

이 종목을 고른 건 AI 시대를 예측해서가 아니다. 기준에 맞아서 골랐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1. DGR — 배당이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있는가

DGR(Dividend Growth Rate, 배당성장률)은 배당성장 투자의 핵심 지표다. 연간 배당금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단, 1년짜리 DGR은 의미가 없다. 3년, 5년, 10년 CAGR을 함께 본다.

기간 최소 기준 이상적 수준
3년 DGR 5% 이상 8% 이상
5년 DGR 5% 이상 7% 이상
10년 DGR 4% 이상 6% 이상

5%라는 숫자가 절대 기준은 아니다. 진짜 기준은 하나다. 인플레이션을 이겨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4%인 환경에서 DGR 4%는 실질 구매력이 제자리다. 배당이 숫자상 늘어도, 실제로 살 수 있는 것은 그대로다. 배당성장의 의미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넘기지 못하는 DGR은 성장이 아니다.

AVGO의 현재 5년 DGR은 12.63%다. 매수 당시에도 10%를 넘겼다. 이 숫자가 선택의 근거였다.

3년 DGR은 최근 흐름을 보여준다. 10년 DGR은 기업의 태도를 보여준다. 주의할 점 하나. 최근 3년 DGR이 갑자기 튀어 있다면 이유를 확인한다. 특수 배당이거나 기저효과일 수 있다.


2. 배당증가연수 — 얼마나 오래 올렸는가

몇 년 연속으로 배당을 올렸는가. 숫자가 많을수록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가 검증된 것이다.

금융위기, 코로나, 금리 급등. 그 구간에서도 배당을 올린 회사가 있다. 그 이력이 증명이다.

  • Dividend Aristocrat: 25년 이상 연속 배당 증가 (S&P 500 편입 종목 기준)
  • Dividend King: 50년 이상 연속 배당 증가

처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보수적으로 10년 이상을 기준으로 잡았다. 금융위기(2008)와 팬데믹(2020)을 모두 통과한 기업만 보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목록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테크 섹터는 배당 역사 자체가 짧은 경우가 많다.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는 배당 지급 또는 성장 이력이 5년 이상이면 통과시키는 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까지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다.


3. 배당성향 — 지속 가능한 배당인가

배당성향(Payout Ratio)은 순이익 대비 배당 지급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90%라면,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익이 조금만 줄어도 배당이 위험해진다. 배당을 올릴 여력도 없다.

나는 60% 이하를 기준으로 본다. 40~50%대라면 이상적이다. 남은 이익을 재투자하면서 배당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다.

단, 섹터별로 기준이 다르다. REITs는 법적 구조상 배당성향이 90%를 넘는 것이 정상이다. 섹터 특성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


4. FCF — 실제 현금으로 배당을 낼 수 있는가

배당성향은 순이익 기준이다. 순이익이 있어도 현금이 없으면 배당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을 반드시 확인한다. FCF 대비 배당 지급 비율이 70% 이하라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FCF가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는 배당 성장의 여력이 계속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5. 비즈니스 해자 —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현금을 낼 수 있는가

숫자가 좋은 회사라도 비즈니스 자체가 흔들리면 의미가 없다.

내가 보는 건 단순하다. “이 회사의 고객이 경쟁사로 쉽게 옮길 수 있는가?”

전환 비용이 높거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거나,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는 경기 침체에서도 현금흐름을 지킨다. 코카콜라가 100년 넘게 배당을 지속하는 이유다.


5가지를 통과한 종목만 남긴다

나는 이 순서로 걸러낸다.

  1. 배당증가연수 — 초기: 10년 이상 / 포트폴리오 안정 후: 5년 이상
  2. 5년 DGR — 인플레이션 초과, 통상 5% 이상
  3. FCF 대비 배당 비율 70% 이하
  4. 배당성향 60% ~ 70% 이하 (섹터 감안)
  5. 비즈니스 해자 확인

이 다섯 가지를 통과한 종목은 많지 않다. 그래서 포트폴리오가 압축된다. 압축이 나쁜 것이 아니다. 검증된 것만 남기는 과정이다.


마지막 관문 — SCHD를 이길 수 있는가

5가지를 모두 통과해도 마지막에 한 번 더 확인한다. SCHD와 비교한다.

SCHD는 배당성장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다. 100개 안팎의 종목을 자동으로 담고, 매년 배당을 성장시켜왔다. DGR과 시가배당률 모두 개인 투자자가 직접 넘기 쉽지 않은 기준이다.

내가 고른 종목이 SCHD보다 DGR이 낮고, 시가배당률도 비슷하거나 낮다면 — 그냥 SCHD를 사는 게 낫다. 개별 종목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자동 분산 효과까지 덤으로 얻는다.

개별 종목은 SCHD가 줄 수 없는 것이 있을 때 선택한다. 더 높은 DGR, 특정 섹터 집중, 또는 내가 직접 이해하고 확신하는 비즈니스. 그 이유가 명확할 때만 개별 종목을 고른다.


YoC는 기준이 아니라 결과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

지금 AVGO를 처음 사는 사람의 시가배당률은 0.52%다. 2019년에 산 내 투자배당률(YoC)은 5.40%다. 같은 종목, 다른 현실이다.

YoC(Yield on Cost, 투자배당률)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선택 기준이 아니다. 좋은 종목을 골라 오래 들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숫자다.

지금 YoC가 낮다는 이유로 좋은 종목을 포기하지 않는다. YoC가 높아 보인다는 이유로 나쁜 종목을 고르지도 않는다.

좋은 기업을 먼저 고른다. YoC는 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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