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vs 배당성장주 — 왜 성장이 없으면 FIRE가 무너지는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이다.

그 시간 동안 주식시장을 떠난 적이 없었다. 개별주, 코스피200 ETF,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계속 투자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수익이 없었다. 정확히는, 있어도 미미했다.

왜였을까. 지금 돌아보면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틀린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시세차익은 성과급이다

자본이득(Capital Gain)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직장인의 소득 구조에 비유하면 성과급에 가깝다.

잘되면 크다. 아주 크다. 하지만 정기적이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들어오지 않는 해도 있다. 무엇보다, 직장인으로서 장중에 시장을 볼 수 없는 구조에서 타이밍을 잡는다는 건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이었다.

성과급을 생활비로 쓰는 사람은 없다. 성과급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살아야 한다. 월급이 그 역할을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FIRE를 목표로 한다면, 근로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정기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들어오는 현금흐름이어야 한다. 시세차익은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배당은 월급이다 — 단, 성장해야 한다

배당 투자로 방향을 잡고 나면, 다음 선택지가 생긴다.

고배당주: 지금 당장 배당률이 높다. 7~8%짜리도 있다.
배당성장주: 지금 배당률은 낮다. 3~4% 수준이다. 대신 매년 배당이 늘어난다.

처음엔 고배당주가 당연히 더 좋아 보인다. 지금 당장 더 많이 받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배당이 늘어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을 매년 깎는다.

월 50만 원 배당을 받는다고 하자. 5년 후에도 50만 원이라면, 그 5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지금보다 줄어 있다. 연 3% 인플레이션만 가정해도 10년 후 실질가치는 약 26% 하락한다.

근로소득은 연봉 협상으로 올릴 수 있다. 고배당주의 배당은 스스로 올라가지 않는다.


숫자로 보면 명확하다

두 시나리오를 비교해보자.

구분 시나리오 A
고배당
시나리오 B
배당성장
초기 배당률 6% 3%
연간 배당성장률 0% 10%
5년 후 배당금 동일 1.61배
10년 후 배당금 동일 2.59배

투자 시작 시점에서는 A가 두 배 많다. 그런데 7~8년이 지나면 B의 배당금이 A를 추월한다. 10년 후에는 압도한다.

이것이 배당성장의 복리다.


복리가 두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 포트폴리오 데이터를 보면 더 명확하다.

현재 포트폴리오 지표는 이렇다.

  • 현재 시가배당률: 세후 약 2.85%
  • 투자배당률(Yield on Cost): 세후 약 3.5%

YOC가 시가배당률보다 높다는 건 주가가 내 매수단가보다 올랐다는 뜻이다. 두 수치의 차이는 주가 상승이 만들어낸 것이다.

배당성장은 별도로 측정했다. 현재 포트폴리오 기준, 2024년 대비 2025년 잠재 배당성장률(Organic DGR)을 계산해보니 약 11%가 나왔다. 다만 2024년 중 상장된 월배당 ETF 등 일부는 전년 데이터가 없어 계산에서 제외했다. 오차는 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추가 매수 없이 보유 종목들이 배당을 스스로 늘리고 있다는 것. 주가 상승과 배당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고배당이 나쁜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고배당주가 나쁜 투자라는 얘기가 아니다.

은퇴가 임박해서 지금 당장 현금흐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고배당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게 맞다. 커버드콜 ETF처럼 변동성을 줄이면서 현금흐름을 높이는 전략도 유효하다.

실제로 현재 포트폴리오도 배당성장주를 코어로 두고, 커버드콜 ETF를 위성으로 배치해 현재 현금흐름을 보완하는 구조다.

핵심은 무엇이 코어이고 무엇이 보완재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코어가 흔들리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배당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당장의 현금이 필요한가, 아니면 10년 후의 더 큰 현금흐름이 필요한가?

FIRE를 목표로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답은 후자다. 지금 조금 적게 받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커지는 현금흐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에 맞는 도구가 배당성장주다.

배당성장주를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룬다.

더 깊이 읽기

FIRE Strategy

나는 왜 배당성장주로 FIRE를 추구하는가



본 블로그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투자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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